파라벤 (Paraben)이란 무엇인가?

작성일 : 2017-05-29       조회수 : 127

화장품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곧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유통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사서 쓰기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사 놓는다고 해도 좀 뒀다 쓰기도 하고, 쓰기 시작해도 다 쓸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화장품은 그 시간동안 개봉된 채로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화장품이 있으면 박테리아나 곰팡이등의 미생물들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 화장품에는 보존제 성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존제 성분이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존제 성분은 화장품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유통기한이 어느 정도 되는 제품은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심지어는 자연계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에는 메틸파라벤이 들어가 있어서 열매가 상하는 것을 막고 있고, 식물들도 씨앗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라벤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화장품에 가장 많이 쓰이는 보존제 성분은 195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한 파라벤입니다. 이것은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는 치약, 삼푸, 헤어 컨디셔너, 화장품, 바디로션 등등 수퍼에서 살 수 있는 제품의 거의 대부분에 파라벤이 들어가 있습니다. 파라벤은 여러가지의 형태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메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에틸파라벤 등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제품은 안정성을 위해서 한가지 형태의 파라벤을 많이 넣기보다는 몇 가지 형태를 섞습니다. 제품당 대략 세 종류의 파라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세상에 무조건 안전하기만 한 성분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파라벤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알러지와 호르몬 문제입니다. 알러지는 어떠한 물질도 가능한 것으로, 여기서는 호르몬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파라벤은 에스트로겐이라고 하는 여성 호르몬 행세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성 호르몬이 효과를 내려면 세포의 수용체라고 하는 곳에 붙어야 하는데, 파라벤이 이 곳에 붙어서 여성 호르몬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효과는 무척 낮습니다. 부틸 파라벤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보다 만배 약하고, 동물 실험에서 파라벤이 여성 호르몬의 효과를 내려면 보존제에 쓰이는 양의 25,000배를 써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른 사춘기나 남성의 불임, 유방암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아직은 우려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규제는 좀 더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20154월에 유럽 연합에서는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의 허용치를 0.4%에서 0.14%로 낮췄으며, 기저귀에는 사용을 금지하였습니다. 반면 미국 식약청은 현재의 수준이면 안전하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파라벤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화장품들이 출시되어 'paraben-free' 라는 표시를 달고 광고를 하며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품을 쓰는 것이 더 나은 것일까요? 파라벤을 떠나서 화장품 자체로 볼 때, 모든 제품에는 보존제 성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결국 파라벤을 빼면 다른 보존제 성분을 넣어야 하겠지요. 파라벤 대신 가장 많이 쓰이는 보존제 성분은 Kathon 입니다. methylchloroisothalizolinone and methylisothalizolinone이라고 하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성분은 알러지를 잘 일으킵니다. 몇 년 전에는 접촉피부염 학회에서 올해의 알러지 성분으로 뽑힌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샴푸와 헤어컨디셔너와 같이 즉시로 씻어내는 제품은 별 문제가 없지만, 보습제와 같이 피부에 바른채로 놔둬야 하는 제품은 알러지가 더 흔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성분이 파라벤보다 더 안전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그럼 천연 화장품이 남는군요. 아주 엄밀하게 말해서 천연 화장품이라고 하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성분은 지구에 원래 있는 것이어서 천연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학술적으로는 무의미하지만 일종의 마케팅을 위한 단어로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품으로 파는 천연 화장품이라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이나 공방에서 즉시로 만들어 사용하는 화장품 류가 있습니다. 조금만 만들어 즉시로 사용하며, 보존제 성분이 없습니다. 보존제 성분에 대한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지 몇 가지의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화장품으로서의 기능 - 발림성이라든가 향, 색조 등 - 이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보존제 성분이 없으므로 일주일 내로 사용을 하여야 하고, 그 이상 놔둘 때는 냉장고에 보관을 하여야 합니다. 신선한 과일이나 갓 짜낸 우유를 다루듯이 하면 되겠죠

결국 세상에 무조건 좋은 제품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문제가 된다고 하니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부분이 가장 큰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한 해법은 돌아가며 쓰는 것입니다. 파라벤의 호르몬 영향도 오랜 시간 노출되어야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고, 알러지도 오랫동안 노출되었을 때 발생할 확률이 높은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한동안은 일반 제품을 쓰고, 다 쓰고 나면 'Paraben-free'라고 쓰인 제품을 쓰고, 그 다음에는 다시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거지요. 그렇게 하면 어느 한 가지의 성분에 오래 노출되지 않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법이 가장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드림피부과 이호균 원장